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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9월 13일_ 수요일_ 날씨 맑음_ 낙생지.

간지베스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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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 담배냄새 찌든 너저분하고 산만한 방 안.

새벽 한시에 벨이 울렸다.

"아직안주무세요?"라는 쿨피쉬님의 메세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

새벽 다섯시에 집옆의 교회앞에서 만나뵙기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두시..세시..네시..
작업실에 안나가는날엔 집에서 일하자는 생각으로 인터뷰자료도 펴보고
예전 스크립트도 훑어보지만, 역시. 소용없다.
항상 낚시가기전날은 중학교때 수학여행만큼이나 설레임을 준다.
아무것도 손에 잡지 못한채,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만 뒤적인다.
역시나 모두 루어낚시관련사이트.

어디가 잘나온다더라- 어디가 빵이 죽인다더라- 하는 인터넷상의 모든정보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집어 넣는다.
그리고 입에 담배를 한대물고 연기를 내뱉으며 나즈막히 되뇌인다.

"문호리, 해창만, 대대리. 좋아 베스트 쓰리. 너희들은 죽었다."

이런식이다.

베스사이트를 돌아다닐때면 시간이 몇배로 빨리간다.
할일없이 베씨장터의 작년 가을목록을 왜 훑어보는지는 나도모른다.
살것도 없으면서 아니다, 살 돈도없으면서 인터넷낚시마트는 왜그리 들여다보는지는 정말 나도 모른다.

어쨌든, 두시가지나고 세시가 지나고 네시마저 지나고 다섯시가 되었다.


#S 2. 죽전 새에덴교회 앞.

은색 suv가 깜빡이를 켜고있다. coolfish님이시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
남자둘이 만나면 이렇다.
무뚝뚝해 보이시는 coolfish님.
20살 넘어 낯가리는 이상한버릇이 생긴 나.

'그래. 나이어린놈이 알아서 엉까는거지 뭐.'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사주신다.
이제서야 나의 센스없음이 또 후회된다.
차 얻어타는 정도면 손수마련한 따끈한 커피라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S 3. 낙생지.

상류에서 하류를 바라보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눈다면
왼쪽은 버스를타고도 접근이 용이하다.
마을버스정류장이 쉼터앞에 있기때문이다.
스물여섯, 아직 차 없어도 될나이라고 꾹꾹 누질러참으며 여기저기 걸어서 잘도 쏘다니던 나로써는
왼쪽에서 거의 낚시를 했었는데..
잘나가는 SUV를타고 부릉부릉 마을을거쳐 오른쪽상류 깊은곳으로 들어가니 기분이 정말좋았다.

도착.

우리가 내린곳은 골프장공사현장지나 수초포인트.
물이 엄청 빠졌다. 믿기지 않을정도로 많이 빠졌다.
바닥지형은 모두 드러나있고 coolfish님 말씀대로 커다란 웅덩이가 되어있었다.
우리 앞엔 작은 곶부리가 형성되어있었다.
워킹으로 포인트 진입.
이거 쉽지 않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났으니 당연하다. 완전 늪이다.
푹푹빠지는 신발. 한걸음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뻘밭이 신발을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겨우 포인트 진입.

새벽동이트는 하늘아래 베스들의 라이징이 엄청나다.
저 멀리 캐스팅이 절대 불가한곳에선 커다란놈들이 철퍽철퍽거리고
요 앞에선 뽀끔뽀끔 엄청 활발하다.

가진것 별로없어 루어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은 나로써는
폴링을 천천히 시킬수있는 가벼운채비를 쓰라는 coolfish님의 코치에
얼마전 구입한 줌社의 호박색 3인치웜을 써본다.
스승님 말씀하시길,

"엣지를 노려라."

바로앞에 펼쳐진 말풀 넘어로 살짝 캐스팅- 폴링- 스테이- 호핑 톡톡- 스테이...
철퍽거리며 coolfish님 빨리도 한수 하신다.
곧이어 나도 신호가온다.
찌리리리리리링~ 스풀을 너무많이 풀어놨는지 손맛이 분명 조기급인데
힘없이 주욱 물고나간다.
곧이어 얼굴보여주는 녀석. 아주 귀엽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연신 올라온다.
스승님이 카이젤리그와 비슷한 가벼운 채비를 해주신다.
안되는채비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말도안되는 낚시를해왔던 내게
때와 장소, 베스의 액션이나 라이징상태와 그날의 조건들을 생각하고
그에맞는 채비를 갖추는 coolfish님의 센스가 부럽기만하다.

한창 올라올무렵, 밝은해가 빛나며 해처럼 성격이 밝으신 문향님께서 도착하신다.
간단히 인사드리고..
낙생지에 세명의 앵글러가 묵묵히 캐스팅을 한다.
주변은 조용하고 휙~ 탁. 하는 캐스팅소리, 착수음이 들려온다.
마음이 너무 편하다.

스물여섯, 아직 어린놈이지만 나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기로에 서있는 시기이다.
요즘은 참 어렵다. 잡생각도 많이나고, 회사일도 쉽지 않다.
어울리지않게 가을까지 타는것같다. 이럴때 이런낚시가 정말 고맙다.
루어를 던지고 바닥을 읽고, 바이트를 느끼는 이 초집중의 순간만큼은
모든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을수있어 난 이런 낚시를 정말 사랑한다.


해가뜨기시작하더니 입질이 끊겼다. 아주약한입질과의 싸움이다.
릴링을하며 수초에 루어가 걸려 톡- 하는느낌만 나도 입질인것같아
가슴이 철렁하다.

그때, coolfish님께서 뭔가 올리셨다.
가물치다. 40~50정도되는 가물치치고는 아직 어린놈이다.
나같으면 바로 어떻게 해볼생각부터 했을텐데
역시 고수는 다르다. 폰카로 사진한장박고 릴리즈를 하신다.

해가 올라갔다. 싸늘했던 새벽공기를 걷어내고 다시 늦여름의 쨍쨍한햇볕을 드리운다.
베스녀석들은 점점 꼭꼭 숨는가보다.

두분을 뒤로하고 제방쪽 직벽으로 걸어간다. 역시나 철푸덕철푸덕이다.
신발따윈 이제 포기했다. 젖으려면 젖고 빠지려면빠져라. 에라 난 모르겠다.

제방권은 물이 아주 깊어보인다. 베이트피쉬도 엄청나다.
저녀석들이 갑작스럽게 훅훅 날아다니는것보면 엄청난놈이 피딩중이란소린데..
문제는 캐스팅이 안된다.
문향님께서 주신 자작 스피너베이트, 지난번 낚시대+테클박스 주인 찾아주고 얻은 비싸보이는 포퍼까지
동원해 몇번이고 던져보지만 2~3m 모자란다.
담배한대 꺼내물고 그놈에게 나즈막히 소리친다.

"젠장. 나도 보트살꺼다 이 나쁜자식아. 두고보자."

제방을 뒤로하고 곶부리로 돌아왔다.
모두가 내린결론. 영희도아니고 영수도아닌 철수.


돌아오는길에 해장국집에들러 문향님께서 사주신 맛있는해장국으로 속풀이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편하게 쓰고싶어 독백체로쓰느라 말이 좀 짧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세요.


스피너베이트,지그스피너,낚시수건을 비롯한 엄청난 장비스폰과
해장국까지 사주신 문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카풀과, 채비, 돈주고도 살수없는 테크닉과 잠을깨워준 커피까지 사주신 coolfish님.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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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조행기 잼나게 읽었네요

영희도 영수도 아닌 철수[푸하하][푸하하]
06.09.14. 08:21
키퍼
글잘쓰시는게 눈에 확 드러납니다.
세분이 재미있는 아침 조행 하셨군요[굳]
06.09.14. 08:40
보기 좋습니다.[굳]
참 재밌는 낚시 에세이 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낚생지는 세분의 독무대 같내요.
06.09.14. 09:06
역시 작가답게 글 잘쓰십니다....
장면장면이 떠오르네요.
어복충만하시고 하시는 일 잘되길 바랍니다.
06.09.14. 09:08
간지베스님의 새로운 글맛에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게 한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굳]

새벽에 세분이서 즐거운 시간 가지셨군요.

거기에 해장국[침]까지...
06.09.14. 09:17
susbass
조행기 메니아 가 많아질것 같습니더,,,
자주 좀 올려주세요,,
06.09.14. 09:30
낙동강
하하.. 워킹이 UDT 보트 사진과 함께 더 어울릴것 같은데요 간지님마저
배 가진 조선족이 되면 천명 골드웜 뚜벅이님들이 슬퍼 하실거 같애요
왜냐면 드는 글 솜씨에 주제가 모두 조선족 주제가 되지 않겠어요?
또 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뚜벅이의 수평시각에서.................조선족의 하향시각으로
바뀔거 아니예요
..............배스의 시작은 뚜벅이로 해서 그 끝도 뚜벅이로 끝난다...........................
간지님 통촉하옵소서~
06.09.14. 09:57
낚시 잘할줄 모르므로 제자둘 자격없읍니다. 고로 스승 아닙니다.^^; 그냥 낚시친구로 지내지요 뭐.^^
글쟁이 아니랄까봐 글, 참 맛나군요. 작문스승으로 모셔야겠습니다.^^
즐거운 조행이었습니다.....^^
06.09.14. 10:06
낙생지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오늘아침 쿨피쉬님으로부터 말씀 들었습니다.
그 가물치 사진도 있네요.

"영희도아니고 영수도아닌 철수"
영수는 우리 아들인데...
06.09.14. 10:09
profile image
간지배스님의 글이 너무 재미있군요.
실감나고 진솔한 조행기[굳][꽃]
06.09.14. 10:37
문향
상황 상황이 명료하게 그려집니다.
재미있는 조행기 잘 봤습니다. [굳]

06.09.14. 11:05
글이 참 잼나네요...자주 자주 올려 주세용[굳]
06.09.14. 13:27
간지베스 글쓴이
하하 별거아닌거에 좋은말씀들해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배우고 조행기도 열심히쓰겠습니다. ^^
06.09.14. 13:45
goldworm
여럿 조행하는것보다 혼자 조행할때 감정의 기복이 더 많고 생각도 많고 재미있는듯 싶습니다.
그런걸 알게되면 혼자조행하는걸 즐기게 되죠.

전 세사람 이상만 되면 낚시보다는 떠드는데 더 시간을 보냅니다. [미소]
06.09.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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