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 활쏘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
- 대전 무덕정 게시판에서 퍼옴 -
활쏘기의 동작은 머릿속의 생각을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때는 사소한 몸짓 하나가 우리를 배반할 수 있으므로 모든 동작을 끊임없이 연마하고,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리며, 기술을 객관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될때까지 갈고 닦아야 한다. 직관이라는 것은 타성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기술을 초월하는 마음의 상태다.
그리하여 일단 기술을 춘분히 연마하고 나면, 각각의 동작을 취할 때 일일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모든 움직임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충분치 않으면, 또 다시 반복하고 연습해야 한다.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보라.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그가 매번 똑같은 동작으로 망치질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활쏘기로 마음을 갈고 닦는 사람은 안다. 그의 망치질의 강도가 매 순간 다르다는 것을. 대장장이의 손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는 강하게 칠 때와 부드럽게 칠 때를 정확히 구분한다.
풍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심히 보아 넘기는 사람에게 풍차의 날개는 항상 같은 속도로 같은 동작만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풍차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안다. 날개의 움직임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달려있고, 그에 따라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대장장이의 손은 수천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며 단련된다. 바람이 강할수록 풍차 날개는 더욱 빨라지고, 이를 통해 톱니바퀴도 더욱 부드러워 진다.
궁수는 과녁을 수없이 빗맞혀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해야만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활과 자세, 시위, 과녁의 맥락이 통째로 머릿속에 자리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궁수가 자신의 동작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활과 화살, 그리고 과녁이 된다.
화살은 공간을 뚫고 나아가려는 의지의 투영이다.
일단 활을 쏜 후에는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눈으로 좇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활을 쏘는 순간까지의 팽팽했던 긴장은 그 순간부터 더 이상 필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날아가는 화살을 좇으면서도 심장의 고동은 잦아들고 얼굴에는 고유한 미소가 퍼져 나간다.
활쏘는 이가 부단히 연습하고, 직관을 갈고닦고, 발사하는 과정 내내 품위와 집중력을 유지해왔다면, 그는 이 순간 우주가 현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동작이 합당하며 보상받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하고, 호홉을 고르고, 눈으로 과녁을 정확히 응시하는 것은 기술에 달렸다. 그리고 발사의 순간을 완성시키는 것은 직관이다.
양팔을 내린 채 눈으로 화살을 좇는 궁수를 우연히 지켜본 사람은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동료들은 안다. 그 순간 그의 정신이 다른 차원에 가 있다는 것을. 바로 그순간, 그는 온 우주와 교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인다. 그는 그 순간에 얻어지는 긍정적인 면들을 마음에 새기며,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바로잡고, 그 실수들 속에서도 좋은 측면을 포용하면서, 과녁이 화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지켜보려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 궁수는 활 속에서 온 세상을 본다. 그의 눈이 날아가는 화살을 뒤따를 때 세상은 그에게 가까워지고, 그를 보듬고, 책임을 완수했다는 충일감을 안겨준다.
책임을 완수하고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했을 때, 궁수는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했고, 두려움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과녁을 빗맞혔더라도 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그는 비겁하지 않았으므로~!.
#대전무덕정 #활쏘기가우리에게가르쳐주는것
어제 대전무덕정에서 체육전문지도자 궁도부문 구술실기 낙방하고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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