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는 갑오징어가 붙기 시작했네요.
어제는 왠지 한가하고 날씨도 좋은 주말이어서, 그리고 가게에 회와 몇몇 식자재를 입고할 목적으로 아내와 함께 완도항에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해남읍에서 목포항을 가는 거리나 완도항을 가는 거리나 거의 같습니다. 왕복 100km...)
육지와 완도를 이어주는 연육교인 연동다리부터 새로운 길이 완공되어서(이제 곧 연동다리 옆에 새로 짓고 있는 대교가 완공되고 해남읍에서 왕복 4차선 국도가 전구간 개통되면 더욱 접근성이 좋아지겠더군요) 완도항까지 정말 금새 갈 수 있더군요.
완도항에 도착할 무렵 도로변에 몇몇 낚시점 중에 한 곳에 '제1회 완도 갑오징어 낚시대회'라는 플랭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전에 이 대회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었지만, 지역 낚시점 주최의 대회이고 조황도 별로 좋지 않은 주말 오후, 물때는 좋지만 조석 조건이 안좋아 참가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내가 워낙 두족류와 갑각류를 좋아하는 편이라(대신 저희 부부는 생선류는 거의 못먹습니다. 아무리 집에 회가 넘쳐나도 남의나라 이야기일 뿐이죠) 애초부터 갑오징어, 쭈꾸미 낚시에 관심이 많았던터라 어떤 방식으로 낚시를 하는지 구경이나 해볼 목적으로 겸사겸사 완도를 간 것입니다.
수산물 공동 어판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니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곳들 사이사이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본래는 어민들이 어선을 정박하고 도선용으로 사용하는 도크인 듯 싶은데, 지역 항만 관리소와 해경의 도움으로 낚시 대회를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았습니다.
완도항 절반 정도의 지역을 사진처럼 많은 대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더군요.
날씨가 완전 여름 날씨처럼 따가웃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는데, 여성 조사님들도 많이 참여하셔서 지칠줄 모르고 캐스팅과 릴링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했던 것은 워킹으로 어항에서 갑오징어 에깅을 할 때에는 배와 배 사이와 배 아랫쪽으로 채비를 내리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어느 누구도 이런 포인트를 공략하지 않더군요.
오로지 배들 사이의 텅 비어 있는 바다를 향해서만...
나름 완도항의 명물(?)이라는 노래하는 등대입니다.
신기하게도 노래는 최신곡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흐흐흐
아내가 갑오징어 에깅에 관심을 보이기에, 차 안에서 배스용이긴 해도 6.6" 스피닝대 두대를 꺼내어서 며칠전 구입한 갑오징어 에기 왕눈이군에 1/2oz 봉돌을 달아 채비를 던져보았습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아내는 에깅을 시도하고 저는 바로 옆에서 항만 구조물 근처에 붙어 유영중인 우럭이나 놀래미 등을 노려봤는데 둘다 모두 입질만 두어번 받고 낚는 것은 실패하였습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횟감을 좀 구입하러 여객선 터미널 옆에 있는 공동 어판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산란철 갑오징어라 그런지 갑오징어 사이즈가 매우 좋더군요. 하지만 가격은 Kg당 2만원... 꽤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중앙에 있는 에어리언은 언뜻 보기에 무늬오징어 같아서 '설마 완도에서 무늬오징어가?'라는 생각으로 거래처 이모에게 여쭈어보니 한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왠지 한치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가격은 한 마리에 5만원이라고 맛있는 오징어니 들여가라고 성화입니다. 하지만 씨알좋은 농어보다 비싼 가격에 그냥 패스...
갑오징어 사이즈가 그닥 커보이지 않지만 고무통 크기를 감안하시면 꽤 크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체장이 25cm는 넘는 듯...
낙지야 무안, 목포, 완도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굳이 이 지역이 아니어도 흔히 볼 수 있는 녀석들이라 그닥 신기한 것은 없지만 역시나 이 지역의 낙지들은 세발낙지가 주종을 이룹니다.
아시죠? 쭉~~~ 훑어서 후루룩 짭짭... 물론 저나 아내는 이렇게 못 먹습니다. 장모님께서 간혹 권하시지만 저는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기 일쑤죠.
숭어 두어마리가 뒤집어 졌군요. 삼가 애도를...
숭어는 이 지역에서 가장 싼 생선입니다. 한 마리에 5천원 정도죠. 양식이냐고요? 이 지역은 그런거 잘 모릅니다. 근처 바다만 나가면 숭어가 펄떡펄떡 라이징하는데 뭐하러 양식을 하겠습니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제 입장에서는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자연산 숭어를 한 마리에 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그래서 신나가지고 5마리 정도 구입해 회를 떠서 처가로 가져갔더니, 이곳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완전히 바가지를 썼다며 측은해 하시더군요.
5일장에서도 만원에 5마리씩 주는데 뭐하러 완도까지 가서 그랬냐며...
사실 이 지역에서 숭어는 무척 흔한 생선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실 때 숭어회를 내 놓으면 결례라는 생각까지 하시죠.
그래도 숭어... 아깝습니다. 결코 싸구려 취급 받을 생선은 아닌데 말입니다.
간혹 완도 공동어판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철저히 상대를 파악하며 장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제가 어떤 날은 허름한 옷차림에 완전 현지인 분위기로 슬리퍼 질질 끌고 들어가 딱 한 곳 정한 가게 아주머니께 괜히 아는 척 얼굴 들이밀며 오늘 가게에 예약이 잡혀서 그냥 집어먹을 거리로 회좀 떠가려 한다고 말하면 광어, 우럭 그 밖에 싱싱하고 저렴한 고기들을 권하고, 각종 해산물을 사이드 디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천해 줍니다.
가격 정말 싸죠...
하지만 어제처럼 마치 등산이나 온 관광객처럼 옷을 입고, 썬캡에 선글라스 거기다 목에는 버프까지 두르고 들어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가게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면, 초장부터 권하는 생선이 참돔이나 감성돔입니다.
그리고 부르는 가격도 현지에서 통용되는 시세보다 약간의 이문이 붙은 관광객용(?) 가격이 되죠.
어제도 등산객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지인들이 잔뜩 어판장을 돌아보고 계시던데, 주로 구입하시는 것이 낙지, 전복, 참돔, 감성돔 등등이더군요.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십니까? 이곳 현지인들은 전복 잘 안먹습니다.
혹시나 손님이 오셔서 함께 먹거나, 무슨 잔치 등에서 구색 갖추기로 전복이 들어갈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전복을 안 먹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무리 생산지라 해도 전복은 역시 비싸고 귀하기 때문이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거래 단가를 보면 별로 그렇지 않더군요.
다만, 전복은 유통되는 것 거의가 양식이고 좋은 것들은 이미 일본과 서울로 보내졌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양식 전복을 비싸게 먹는 것보다는 자연산 꾸죽(소라의 일종인데 정확한 표준어는 어찌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뭐 그렇다는 겁니다. 하하핫
어쨌거나 이렇게 간만에 어판장도 둘러보고 갑오징어 에깅도 구경하고, 저희 부부 역시 조과는 없지만 낚시대도 담궈보고...
그렇게 완도를 둘러보고 해남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갑오징어 대회 결과를 제가 듣기로는 100여명 이상의 참가자들 속에서 한 마리인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크~~~
하긴... 초들물이라고 해도 그 시간에 갑돌이가 설치고 돌아다니지는 않을 듯... 그리고 완도항보다는 아직 녹동항쪽이 조과가 조금 더 좋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해남에 돌아와서 저녁 먹고 잠시 쉬다가 또 다시 밤 10시에 이왕 낚시대에 소금물 묻은 것 3물 물때를 허무하게 보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아내와 함께 만조 전후 물돌이를 노리며 목포를 향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도착한 평화광장에는 온통 집어등을 밝히며 실장어(민물장어 치어)를 잡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그 와중에 혹시나 농어가 라이징 하지 않는가 열심히 살펴보지만 신난 숭어들만 저를 약올리며 펄떡거리더군요.
만조까지 열심히 캐스팅을 해보지만 입질조차 없는 황당함... 만조에 물이 멈추고 북항이나 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가볼 요량으로 철수를 서두르는데 누군가 오늘 영산강 수문을 열었다고 하더군요.
으악~~~ 수문을 열었으면 목포 내만권 낚시는 다 한 것이라고 하는... (그런데 사람마다 다 달라서 말입니다. 누구는 열면 조황이 좋다고 하고, 누구는 안좋다고 하고... 제 경험으로는 열면 정말 고기가 없는 것 같던데...)
그래서 우럭 치어로라도 손맛을 볼 생각으로 여객선 터미널 근처로 이동을 해서 초날물부터 낚시를 시작해 보았지만 이상하게 이 곳에서도 우럭들이 반응을 안했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꽝!!!
새벽 3시에 집에 돌아오며, 아내와 웃고 떠들며 앞으로 해남에 있는 동안 일 때문에 돌아다니다 우연히 그 시간 물가에 서 있으면 모를까 괜히 눈먼 고기 잡아보겠다고 야밤에 설치지는 말자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냥 물 때 좋은 한가한 날에 조석에 맞춰 완도나 목포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아니면 해남지역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낚시대를 드리워보면 모를까... 굳이 야밤에 열혈 조사 흉내를 내지는 말자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저는 주말을 바쁜듯 성과 없이 보냈답니다.
이제 잠시 후에는 식사를 마치고 휴일을 즐길 요량으로 근처 수로에서 배스하고 놀아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요... 이제 반나절 남은 휴일 즐겁게 보내시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계실 가족 여러분들은 어마어마한 대물 낚으셔서 멋진 조행 이룩하시길 바랍니다.
재미있게 잘 읽어 보구 갑니다 갑오징어가 디기 비싸네요
갑오징어 에깅을 하시는 분들은 갑오징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잘 못하시지만, 원래 갑오징어가 고급 어종이라고 하더라고요.
귀한 정보 감사합니다
맛있게 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전에 낚시방송에서 완도항 갑오징어가 나온뒤......뭐 저도 낚였지요
봄철에는 거의다가 먼바다에 잡히는 산란이 임박한 녀석들인데
먼바다의 경우 남해지역 전체에서 잡히고 있지요
완도의 경우 낱마리 수준인데 방송에서 좀 과하게 나온것 같더군요
흐흐흐... 낚시방송의 친절한 홍보(?) 덕분에 완도항에서 밤새도록 팔이 빠져라 캐스팅 하시는 분들이 좀 많죠.
최근에도 조황을 확인해보니 3,40시간 낚시해서 한 마리 겨우 잡고 뭐 그런 수준이더라고요.
대체로 완도항보다 녹동항을 말씀하시곤 하던데, 완도항만큼 잘 나오는 곳이 해남의 사구미 해수욕장에서 완도쪽으로 조금 더 이동해서 있는 작은 항구 방파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완도나 인근 지역 갑오징어 에깅에서는 갑오징어가 나오는 만큼이나 타 두족류가 나오지 않나... 생각됩니다.
활기넘치는 완도 어시장과 싱싱한 두족류 고기들 구경 잘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무늬오징어'로 보이는데 올해 남해바다에
이녀석들의 산란철이 빨리 도래했으면 바램 가져봅니다.
사진과 & 소식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