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에서 '가르치고싶은병'
검도V 카페에 올린글을 복사해옵니다.
검도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운동이다보니
직접 만나는 검도장에서는 큰 마찰이 없는데
검도V나 페이스북그룹이나 이런 온라인에서는
아주 예의없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가장 최근에 봤던 댓글은
글이 긴데 줄여서 요약정리해주면 안되겠냐? 안보고 안읽으면 그만인데 글쓰는 수고를 더해서 요약도 해서 내놔라?
무시가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차단 누릅니다.
별로 더 대응해야할 이유도 모르겠고 얼굴도 소속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감정 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진심어린 열정을 가진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되' 예의 없는 글에는 차단 그리고 무시 입니다.
. . .
저는 검도가 아닌 활쏘기(국궁)도 취미생활로 찐하게 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활터에 나가고 있고 활과 화살 등에 열심히 투자하고 활터에 사다시피 합니다. 애들 다 키워놨고 마누라도 집에서 좀 꺼져줬으면 하는 눈치고 하다보니 시간여유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합니다. ^^
전국에는 대한궁도협회 공인된 약 400개의 활터가 있습니다.
그외에도 개인 사설활터까지 합치면 약 500개는 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꽤 많은 활터들이 있고,
경남 하동군의 경우는 면소재지마다 활터가 하나씩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왜구와 해적의 침략이 잦으면서 영남과 호남에 강가와 바닷가등에 활터를 만들어두고
의무적으로 활을 쏘며 연습하겠금 했기 때문에 일이 터지면 그들을 호출해서 일제히 강을 향해 화살을 쏴! 했기 때문에 지금도 영남과 호남은 활터가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민족과 활은 참 잘 맞는거 같습니다.
활은 방어적인 무기이고 지키는 무기입니다.
어느활터는 조선시대말기에 마을유지가 활터에 땅을 기증해서 부자활터도 있지만
대부분의 활터는 지방자치단체 시 군 등이 관리하는 공원부지나 체육시설에 자리잡고 있고
일정의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활쏘기를 배울수 있는데
문제는 활터 주류 회원 연령대가 엄청 높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은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경기권에도 활터가 많이 생겨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한 활터문화가 조성되고 있기도 합니다
전국의 수많은 활터에서는 매해마다 매주말마다 전국대회가 치뤄집니다.
승단대회도 치뤄지는데
아마 대한검도회보다도 승단이 더 어려운 유일한 무도가 아닐까 합니다.
활터에서의 승단은 화살이 맞은 갯수로 하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규정 관중수를 맞추지 못하면 불합격입니다.
그중에서도 5단부터는 각궁 죽시로만 승단을 봐야 하는데
합격률이 0%가 나오는 날도 허다하고
잘 나온다고 해도 3%-5% 이내입니다.
젊은층들이 활터에 왜 재미를 못느낄까 여러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진입장벽이 높은데다가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재미? 이런게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보니 젊은층들이 당연히 활터를 찾질 않지만
개중에는 20대에도 활쏘기 재미에 빠지는 케이스도 종종 있기도 합니다.
활쏘기 소개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의 주제. '가르치고싶은병' 에 대해 이야길 해봅니다.
전국 활터들을 놀러다니다보면
아래와 같은 공고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사법이란 활쏘기의 방법을 의미합니다.
활터의 사범은 운영진에서 지명하며 대개 1명이 사범이 되고
회원수가 100명이상 넘어가는 규모가 큰 활터는 3명정도의 사범을 정하기도 합니다.
활쏘기를 배울때는
보통 한달정도는 빈활만 당겼다 버티다 놓기를 하면서 궁력을 기르고
그다음 단계는 화살을 걸고 그냥 당겼따 버티다 놓기
3단계는 줄달린 화살을 쏘면서 자세를 점검하고
그렇게 최소 한달에서 세달이상의 과정을 거친후에야
145미터의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겠금 허락합니다.
남자들은 보통 한달
여자들은 길게 서너달씩 걸리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속에
구사(오래된 활량)들의 심심찮은 '가르치고싶은병'이 개입을 시작합니다.
전통의 활쏘기는
어느정도는 체계화가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정비팔 같은것입니다.
(대한검도회에선 비파비지로 개명 되었기도 합니다.)
'비정비팔 흉허복실 천추태산 발여호미 발이부중 반구제기' 이런것들이 활쏘기의 자세와 마음가짐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활에 화살을 매긴채로 크게드는것을 '거궁'
화살을 매긴 시위를 깍지를 걸고 귀뒤까지 당겨 화살이 발시 되기 직전을 '만작'
만작이후 표를 찾고 자세를 가다듬으며 과녁을 향해 마음을 비우는 몇초의 시간을 '유전' 이라고 합니다.
30초도 안되는 이 짧은 순간에 활쏘기가 함축되는데
이런 자세는 일률적 기준으로 제시하기가 힘 듭니다.
왜냐,
사람마다 체형의 차이가 크고
어깨넓이 팔길이 손크기 얼굴과 목의 위치 등등 체형의 차이에 따라 활쏘기 방법을 조금씩 달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르치고싶은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런 기준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기준을 내세웁니다.
잘쏘는 사람, 못쏘는 사람, 단이 높은사람, 단도 없는 사람 가릴것도 없이
어디서 고칠 약도 없는 이놈에 사범병은 지도사범이 없으면 오만가지 간섭과 잔소리를 해댑니다.
가르킨다는 핑계로 예쁜분들에게 치근덕도 대기도 해서 진저리 치며 떠나버리는 신입들을 볼때마다 열불 터집니다.
또 가르킨다는 핑계로 우월감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꽤 있는거 같습니다.
가르키겠다는 마음이 고마운 것이기만 할까?
그들이 원한적이 있던가?
배우는 사람이 헷갈리는 것이고
지도사범이 버젓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자기고집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범병에 걸린 꼰대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저런 공고문이 활터 벽마다 붙어 있습니다.
활쏘기에서는 일종의 단계를 거칩니다.
화살 한발을 맞추면 득중례
세발을 맞추면 삼중례
다섯발 다 맞추면 몰기례
작게는 치킨 한마리 쏘는 것으로 출발해서
몰기례의 경우는 연중 날을 잡아서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돼지머리까지 동원해서 고사까지 지냅니다.
득중례를 마친 신입사원들은
활터의 사원들과 함께 사대에 올라 활을 쏠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때부터 사원들끼리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레 사적인 관계도 형성됩니다.
사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서로 조언을 주고 받고 궁금한것도 물어보고
자기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토론하고 그럽니다. 그러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들어오자마자 정신없고 기초도 전혀없는
아직 궁력이 없어서 빈활을 당기는 것도 벅찬 그런 신입을 붙들고
5단이상의 명궁들의 사법을 가르치려 합니다.
상황이 가만 보면 우리 검도장과도 유사합니다.
우리 검도장은 지도사범이 꼭 계십니다.
초급자는 그분들(지도사범)께 배우도록 기다려줘야합니다.
최소한 초단을 따기전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입도 못떼느냐?
그렇지 않죠
도와줄일 많습니다.
도장에 죽도는 어떻게 거치해두고
인사는 어떻게 하고
도복은 어디다 걸어두고
기본동작 순서는 이러저러하고
기본적인 예법정도는 이러저러하다.
그외에도 어디 아프면 어느병원을 가고 약국서 뭘 사다 붙이고
죽도는 어디께 좋고 싸니 그걸 쓰고 기타등등 해줄게 많습니다.
...
쓰다보니 좀 길어집니다.
도장 가야할 시간이 다되가네요.
...
내가 정말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몇가지만 생각해봅시다.
1. 내가 가르치려는 것이 저사람에게 효율성이 있는것인가? - (어차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림)
2. 내가 가르치려는 것이 (내 기준말고 상대기준으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가? - (별로 듣고 싶지않는지 내색을 못할뿐)
3. 가르치려는 상대가 나와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
4. 가르치고 싶은 나의 의도가 혹시 나의 만족감 우월감을 위함이 아닌가? - (이것이 사범병 원인)
5. 내가 상대를 가르칠만한 인물인가? 그만한 시범을 보여줄수 있는가? - (4단이상이면 다 사범? 그러니까 지도가능?)
이건 안듣고 싶으면 벗어나버리면 그만입니다.
검도나 활터는
장소가 한정되다보니 도망도 못가겠고
지도하라고 정해놓은 지도사범도 있는데
어떨땐 지도사범조차도 가르키겠다고 덤비는 사람도 있답니다.
참 힘들어요 ^^
.
배우는 입장에서는 괴롭죠.
또 배우질 않고 함께 하는 입장에선
자기고집만 되풀이하니까 또 괴롭고요.